황혼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붉은 노을 속에서 해가 지며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바닷속 황혼 지대란 어슴푸레하게 빛이 들어오는 곳부터 완전히 어두워지는 곳까지의 수심 구간을 일컫는다. 대략 60-150미터 정도의 수심 지대를 말하며 낮 동안은 빛이 들어와 광합성이 가능하나 밤에는 완전한 어둠에 둘러 쌓이게 되는 곳이다.

바다 환경에 따라 황혼 지대가 정의되는 수심이 다른데, 보통 원양에서는 훨씬 깊은 150-750미터의 수심 대를 황혼 지대라 한다.
이 차이는 물 투명도에 따라 빛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가 다른 데서 기인하는데 바다의 염도나 탁도, 플랑크톤의 밀도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산호초나 생물이 서식하는 곳은 빛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가 짧아져 훨씬 더 얕은 수심이 황혼 지대가 된다.

우리 바다의 경우는 어떨까.

출처: https://data.marine.copernicus.eu/products

위의 두 그래프는 우리와 필리핀 바다의 플랑크톤 밀도를 표시한 것인데 위가 우리나라, 아래가 필리핀이다. 우리나라의 플랑크톤 밀도는 필리핀의 2배 이상으로 한국 바다의 탁도가 훨씬 높을 것이란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다.(사실 두 바다의 탁도는 물 밖에서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황혼 지대는 태평양의 산호초 지대보다도 훨씬 얕게 형성될 것이다.

처음 황혼 지대를 조사할 때 연구자들은 이 곳이 얕은 바다와 비슷한 종들을 공유할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최근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 곳의 생물 무리들은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특성을 이용해 밤에는 수면 근처로 올라가 먹이를 찾고 낮에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몸을 숨긴다. 빛이 있는 곳에서 시각을 이용한 포식자에 의해 먹히는 것을 빛이 없는 어두운 수심대로 내려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이한 행동 패턴으로 인해 밤이 되면 황혼 지대에서는 대규모의 생물 이동이 일어나게 된다.


랜턴피쉬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460406&memberNo=11944940&vType=VERTICAL

초롱아귀
출처 : https://namu.wiki/w/%EC%8B%AC%ED%95%B4%EC%96%B4?rev=346

bristle-mouths
출처 :https://www.naturepl.com/stock-photo-elongated-bristlemouth-fish-sigmops-elongatus-with-jaw-wide-open-deep-nature-image01543177.html

도끼고기
출처:https://www.australiangeographic.com.au/blogs/creatura-blog/2014/05/deep-sea-hatchetfish/
황혼 지대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형태학적, 생리학적으로 가장 이상하고 놀랍게 진화한 것 중 하나가 발광하는 생물들이다.

https://twilightzone.whoi.edu/explore-the-otz/creature-features/
여러 심해 생물들을 구경해보세요!


황혼 지대의 대 이동은 생물학적인 이점도 있지만, 지구의 생물지질화학적인 순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대기에서 흡수된 해수면 근처의 탄소는 중력에 의해 심해로 이동 되어 저장되는데 , 생물의 야간 수직 이동에 의해 그 과정이 더 가속화되고 장기화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저장되는 탄소의 양은 연간 기가톤 이상으로 이는 북반구 주요 선진국들이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이다. 생물 이동이 인간에 의해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와 해양 산성화에 대항하는 중요한 방어 수단 중 하나인 것이다.

황혼 지대가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 이 지역이 연구되지 않은 이유가 흥미롭다.
먼저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여 사람이 직접 잠수하여 탐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기존 스쿠버 장비를 이용한 탐사는 다이버의 안전을 위한 생리적,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거의 얕은 수심에서만 이루어졌다. 30미터 이상 깊이 잠수하는 경우 조사를 위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해 잠수정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떤가. 우선 심해 잠수정은 너무 밝고, 크고, 시끄럽기 때문에 어두운 황혼 지대의 생물들을 연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잠수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잠수정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는 훨씬 더 깊은 수심을 조사하는 데만 사용되어 왔다. 물론 잠수정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매우 제한적이란 사실을 차치해 둔다면 말이다

출처 http://pbs.bishopmuseum.org/palautz97/tz.html

하지만 최근 들어 신뢰할 수 있는 현대식 재호흡기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직접 황혼 지대 수심으로 잠수할 수 있게 되었다.
재호흡기란 내가 내쉰 숨을 정제한 후 다시 흡입하여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장비로, 제한적인 기체로도 더 깊은 수심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이용하여 훈련된 다이버들과 연구자들이 함께 황혼지대를 탐사하며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연구 중에 물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재미있는 장비가 있어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한다.
이들은 물고기를 장시간 관찰하며 깊이 연구하고 싶어 샘플을 수면 위로 가져오길 원했는데 (당연히 재호흡기의 개발도 이들이 원하는 만큼의 연구 시간을 보장해주진 못했다!) 깊은 수심에서 갑자기 물고기를 건져 올리면 압력 차로 인해 부레 속의 기체가 팽창하여 부레가 터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물고기를 위한 특수가압챔버를 만들었는데 이 안에 물고기를 넣고 챔버 안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수면에 올라온 다음 며칠 동안 천천히 감압하여 부레 속 기체를 서서히 빼낸 후 적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출처 및 참조: https://kids.frontiersin.org/articles/10.3389/frym.2019.00040


황혼 지대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 됨에 따라 해외에서는 여러 탐사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바다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더 늦지 않게 우리 바닷속 황혼 지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하며, 재호흡기 다이버로 이루어진 팀부스터도 도움이 되는 어떤 역할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조
https://twilightzone.whoi.edu/explore-the-otz/why-the-otz
http://pbs.bishopmuseum.org/palautz97/tz.html
https://blogs.edf.org/edfish/2022/05/31/the-oceans-twilight-zone-more-important-than-you-can-imagine/

대표사진이미지: https://namu.wiki/w/%EB%B0%94%EC%89%AC%EB%A5%B4